해발 10,023피트. 할레아칼라는 마우이를 다른 행성처럼 느끼게 만드는 곳 중 하나다. 거대한 화산 분화구는 전망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지만, 이 초현실적인 풍경 속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경험이 완전히 달라진다.
세상에는 놀라운 곳이 셀 수 없이 많고, 하와이에도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나에게는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와 마우이의 할레아칼라가 그런 곳이다. 자연의 규모와 눈앞의 풍경이 쉽게 믿기지 않는 장소들 말이다.
이번 이야기는 할레아칼라다. 이 산은 일출과 일몰 풍경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여기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정상 주변의 전망대들을 돌아볼 수도 있고, 거대한 분화구를 바라볼 수도 있고, 트레일에 발을 들여 화산 분지 안으로 직접 걸어 내려갈 수도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분화구는 이미 흥미롭다. 붉은색, 갈색, 잿빛, 낮게 가라앉은 흙빛으로 칠해진 거대한 분지 위로 작은 화산구들이 솟아 있다. 어떤 구간은 누군가 산 위에 다크초콜릿을 펼쳐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름답고 낯설고, 방문객들이 흔히 떠올리는 열대 하와이와는 전혀 다르다.
할레아칼라 국립공원 가는 길
마우이는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고, 할레아칼라가 그 풍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정상은 10,023피트에 이른다. 감을 잡자면 요세미티의 하프돔보다 높고, 아래쪽 마우이의 열대 해안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다고 느낄 만한 높이다. 할레아칼라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 하나는, 따뜻한 해변과 야자수를 뒤로하고 두 시간도 안 되어 해발 10,000피트 화산 정상에 서 있게 된다는 점이다.
카훌루이 공항에서 정상 부근까지는 차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 가는 대중교통은 없어서, 대부분 렌터카로 가거나 일출·일몰·자전거·프라이빗 투어에 참여한다.
도로는 관리가 잘 돼 있지만 위쪽 구간은 커브와 헤어핀, 가파른 구간이 많다. 가드레일이 없는 곳도 있고 굽은 길에서는 시야가 짧아서, 운전에 온전히 집중해야 하는 길이다.
연료를 넉넉히 채우고 출발하는 것도 현명하다. 국립공원 안에는 주유소가 없고, 산 위로 올라가면 음식과 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나는 늘 물과 간식을 조금 더 챙기는 쪽이 낫다고 생각한다.
본부 방문자 센터(Headquarters Visitor Center)
공원에 들어선 뒤 처음 들르기 좋은 곳이 해발 7,000피트쯤에 있는 Headquarters Visitor Center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공원의 자연과 문화 역사를 다룬 작은 전시를 둘러보고, 더 올라가기 전에 기념품을 사기에 좋다.
기온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는 곳도 여기다. 해수면의 마우이는 따뜻할지 몰라도, 올라갈수록 공기가 확실히 차가워진다.
여기서 정상 부근까지는 전망대에 얼마나 자주 멈추느냐에 따라 30분쯤 더 걸린다. 그리고 멈추고 싶어진다. 도로가 높아질수록 마우이가 아래로 펼쳐지고, 멀리 태평양이 보이고, 때로는 두꺼운 구름층이 발밑에 깔린다. 맑은 날이면 운전 자체가 경험의 일부가 된다.
정상 부근에 도착하다
정상 근처의 Haleakala Visitor Center는 해발 약 9,740피트에 있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고, 거대한 분화구가 눈앞에 갑자기 열리는 전망 공간이 있다.
나는 여기서 한참을 그냥 서 있었다. 분화구가 시야를 가득 채우는데, 그 규모는 직접 보기 전에는 감이 잘 안 온다. 구름이 흘러들어 분지를 완전히 가려버리는 날도 많은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날씨가 도와줘서 분화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낮에도 이 고도에서는 추울 수 있다. 따뜻한 겉옷이 중요하고, 햇볕이 강해서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도 쓸모 있다. 고도도 염두에 둘 일이다. 잠깐 둘러보는 것과 해발 1만 피트 가까운 곳에서 트레킹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몸이 좋지 않거나 고산 증세가 느껴진다면, 여기서는 무리하지 않는 게 맞다.
정상과 사이언스 시티
조금 더 올라가면 해발 10,023피트, 할레아칼라의 진짜 정상인 Puuulaula가 있다. 정상 일대는 천문대들로도 알려져 있어서 이 구간에는 “Science City”라는 별칭이 붙었다.
눈여겨볼 것이 하나 더 있다. 하와이에서 가장 독특한 고산 식물 중 하나인 은검초(silversword)다. 할레아칼라와 빅아일랜드의 몇몇 고산에서만 볼 수 있는, 척박한 화산 환경에서 살아남는 놀라운 식물이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방문자 센터 근처에서 보는 것과 조금 다르다. 더 높은 곳에서 보면 분화구가 한층 더 거대하게 느껴진다. 그 앞에 서면 스스로가 아주 작게 느껴지지 않기가 어렵다.
분화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전망대에서 보는 할레아칼라도 인상적이지만, 분화구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이 장소가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분화구를 완주하는 트레킹은 시간과 준비, 그리고 좋은 체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루에 정상 관광과 짧은 분화구 트레킹, 일몰까지 묶을 계획이어서 트레일에는 두 시간 정도만 쓰기로 했다.
우리가 고른 건 Sliding Sands Trail이다. Halemauu 쪽으로 이어지는 전체 코스는 약 11마일의 만만치 않은 트레킹이고 5~7시간이 걸린다. 우리 목표는 훨씬 단순했다. 이 풍경을 느낄 만큼만 분화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가 같은 길로 돌아오는 것.
약 1.4마일을 내려갔다가 돌아섰으니 왕복 2.8마일쯤이다. 내려가는 데 40분, 올라오는 데 1시간 10분이 걸렸다. 이 차이가 여기서의 트레킹에 대해 알아야 할 거의 전부를 말해준다. 내려갈 때는 쉽지만, 그 모든 걸음을 고지대에서 다시 올라와야 한다.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풍경
Sliding Sands Trail은 정상 방문자 센터 근처에서 시작해 금세 분화구 안으로 떨어진다. 트레일에 들어서면 화장실도 물도 없고 휴대폰도 잘 안 터진다. 그래서 출발 전에 미리 해결해두는 게 중요하다.
날씨도 빠르게 바뀐다. 햇볕, 찬 바람, 비, 갑작스러운 돌풍이 같은 오후에 다 있을 수 있다. 레이어드가 가장 낫다. 상황에 따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가벼운 옷이 좋다.
바닥은 화산 자갈과 바위, 모래가 섞여 있어서 샌들보다 제대로 된 워킹화나 운동화가 훨씬 낫다. 처음에는 길고 좁은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나무도 거의 없고 식생도 아주 적어서 시야는 탁 트이지만, 그늘도 거의 없다.
할레아칼라가 정말로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여기다. 멀리서 보면 분화구 바닥이 매끈하고 거의 부드러워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용암석과 자갈, 화산 모래로 되어 있다. 분지 곳곳에 색이 다른 작은 분석구들이 솟아 있고, 깊이 들어갈수록 익숙한 세상이 점점 멀어진다. 어떤 순간에는 하와이에서 트레킹한다기보다 달 위를 걷는 것 같다.
힘든 구간: 다시 올라오기
계획한 지점에 도착한 뒤 돌아서서 방문자 센터 쪽으로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려올 때는 그렇게 완만하던 길이 갑자기 훨씬 가파르게 느껴졌다. 고지대에서 몇 시간을 보낸 뒤라 고도도 아까보다 더 실감났다. 자주 멈추고, 바위에 앉고,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왔다.
정상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이었다. 정상 일대는 일몰을 보러 온 사람들로 차기 시작했다. 트레킹으로 지쳐 있었지만 일몰이 코앞이니 남는 건 고민할 일도 아니었다.
구름 위에서 보는 일몰
해발 1만 피트가 넘는 곳에서 해가 지는 걸 보는 건 하루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방법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구름이 꽤 있어서 완벽하게 맑은 일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그것도 할레아칼라의 일부다. 일출과 일몰은 두 번 다시 똑같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과 바람, 바뀌는 빛이 매일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저 그날 산이 보여주는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일출을 보러 간다면
일출 일정을 짜기 전에 알아둘 것이 하나 있다. 새벽 3시부터 오전 7시 사이에 정상 구역에 들어가려면 Recreation.gov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차량당 1달러이고, 차량당 30달러(3일간 유효)인 공원 입장료와는 별개다.
예약은 60일 전에 열리고 금방 마감된다. 각 날짜 이틀 전에 소량이 추가로 풀린다. 예약한 본인이 신분증을 지참하고 와야 한다. 오전 7시 이후에 도착한다면 예약이 필요 없다. 우리처럼 낮에 가서 일몰을 보는 일정이 계획하기 더 수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할레아칼라 하루
우리는 정상과 짧은 분화구 트레킹, 일몰을 하루에 묶었다. 일정은 대략 이랬다.
- 오전 10:30 — 카훌루이 공항에서 렌터카 픽업
- 오전 11:00 — 커피와 물, 간식 구입
- 오후 12:30 — 해발 약 7,000피트 Headquarters Visitor Center 도착
- 오후 1:30 — 정상 방문자 센터 도착, 주변 둘러보기
- 오후 2:30 — 정상과 Science City 구역 방문
- 오후 3:00 — Sliding Sands Trail 트레킹 시작
- 오후 3:40 — 약 1.4마일 내려간 뒤 회차
- 오후 5:00 — 방문자 센터 복귀
- 오후 5:20 — 일몰 감상
- 오후 5:50 — 하산 시작
- 오후 7:20 — 카훌루이 도착
꽉 찬 하루였지만, 분화구 종주를 하지 않아도 할레아칼라를 얼마나 경험할 수 있는지 보여준 일정이었다. 오아후에서 오는 여행자도 이른 비행기로 마우이에 갔다가 늦은 편으로 돌아오면 당일치기로 계획해볼 수 있다. 일정이 빡빡하게 느껴진다면 일몰을 빼거나 트레킹을 줄이면 한결 여유로워진다.
하와이의 또 다른 얼굴
할레아칼라는 하와이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놓는 곳이다. 정상에는 야자수도, 청록색 바다도, 열대 해변도 없다. 대신 차가운 산 공기와 화산암, 거대한 하늘, 그리고 다른 세계까지 이어질 듯한 분화구가 있다.
마우이 일정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주차장에서 보는 풍경만으로 끝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분화구 안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도 그 규모와 성격이 훨씬 잘 느껴진다.
나에게 할레아칼라는 마우이의 유명 관광지 하나가 아니었다. 풍경 자체가 기억이 되는 드문 여행 경험이었다. 낯설고, 아름답고, 조용하고, 하와이 어디와도 견주기 어려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