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키키를 조금만 걸어 다니다 보면 International Market Place를 지나가게 될 확률이 높다. Kalakaua와 Kuhio 애비뉴 사이, 와이키키 한복판에 있어서 해변에서도 근처 호텔에서도 걸어가기 쉽다.
얼핏 보면 매장과 레스토랑이 들어찬 잘 꾸며진 야외 쇼핑센터다. 그런데 나는 여기를 그냥 쇼핑몰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번잡한 Kalakaua Avenue에서 안으로 들어서면 분위기가 생각보다 빠르게 바뀐다.
커다란 나무와 열대 조경, 야외 통로와 작은 물길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만든다. 잠깐이지만 와이키키 한가운데가 아니라 작은 열대 정원에 들어온 것 같다.
올드 와이키키를 붙잡고 있는 반얀트리
International Market Place의 성격을 만드는 것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한가운데 있는 거대한 반얀트리를 고르겠다.

이 나무는 지금의 세련된 쇼핑 단지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여기 있었다. International Market Place를 재개발할 때 반얀트리를 그대로 남기고, 무성한 조경과 야외 모임 공간과 함께 그 나무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이곳이 흔한 실내 몰처럼 느껴지지 않는 큰 이유다. 형광등과 에어컨 아래에서 매장을 옮겨 다니는 대신, 초록 사이를 걷고 무역풍을 맞고 커피를 마시고 몇 군데 구경하다 식사까지 할 수 있다. 그동안 한 번도 완전히 실내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예전의 International Market Place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모습이 거의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예전에는 작은 가게와 기념품 노점이 미로처럼 이어진, 옛날식 와이키키 야외 시장 분위기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훨씬 정돈됐지만, 그 오래된 반얀트리가 여전히 한가운데 그대로 있다는 점이 좋다. 작게나마 옛 와이키키를 지금의 와이키키와 이어주고 있다.
가볍게 먹을 거라면 1층부터
들를 때마다 제대로 된 레스토랑 식사를 할 필요는 없다. 1층에 편하고 캐주얼한 선택지가 몇 군데 있어서, 나도 그냥 점심이나 커피, 잠깐의 휴식이 필요할 때 자주 그쪽으로 간다.
Kuhio Avenue Food Hall
일행마다 먹고 싶은 게 다를 때 Kuhio Avenue Food Hall은 무난한 답이다. 캐주얼한 먹거리 여러 곳이 한 지붕 아래 모여 있고, 가격도 와이키키 한복판의 정식 저녁 식사보다는 대체로 접근하기 쉽다. 분위기도 보통의 푸드코트보다 낫다. 복잡하지 않은 점심이나 해변과 쇼핑 사이의 간단한 한 끼로 좋은 곳이다.

Kona Coffee Purveyors
커피를 좋아한다면 Kona Coffee Purveyors는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코나 특유의 깊고 개성 있는 맛이 나고, 페이스트리를 하나 곁들이면 더 좋다.
나는 특히 Kuhio Avenue 쪽을 향한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와이키키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커피 한 잔, 페이스트리 하나, 그리고 조용히 사람 구경하는 20분.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하와이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꼭 액티비티일 필요는 없다.

쇼핑보다 먹으러 더 자주 오는 것 같다
제대로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3층 Grand Lanai로 올라간다. International Market Place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오션프런트 레스토랑은 아니니 와이키키 해변이 탁 트인 전망을 기대하고 오면 안 된다. 하지만 Grand Lanai에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야외 구조와 열대 식물, 테라스 좌석이 만들어내는 편안한 분위기가 아래 거리의 번잡함과 한 걸음 떨어져 있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다. 긴 저녁 식사나 칵테일 한 잔에 좋고,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공간 전체가 한결 따뜻하고 아늑해진다.

레스토랑 구성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냥 흔한 관광지 식당들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하와이에 뿌리가 깊은 이름도 여럿이고, 현지 음식 전통과 하와이 요리의 역사를 끌어온 곳들도 있다. 쇼핑센터 안 레스토랑에 기대하는 것보다 각자 개성이 조금씩 더 있다.
Liliha Bakery
하와이에서 오랫동안 현지인들에게 사랑받아온 곳이다. 유명한 코코 퍼프(Coco Puffs)를 하나 사 오는 것도 좋지만, 나는 Liliha Bakery를 그냥 빵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아침이나 브런치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로컬 식당에 가깝다.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베이커리 카운터다. 진열장이 페이스트리와 디저트로 가득하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생각보다 넓은 다이닝룸이 나오고, 분위기는 아주 캐주얼하다.
메뉴 폭이 넓어서 익숙한 미국식 아침 접시부터 하와이 로컬 음식까지 있다. 일행마다 먹고 싶은 게 달라도 주문하기 쉽다. 음식은 한결같이 괜찮고, 와이키키 한복판에서 이 가격에 현대적이고 쾌적한 공간이라면 한 끼로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

Eating House 1849
하와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셰프 중 한 명인 Roy Yamaguchi의 레스토랑이다. 옛 하와이의 음식 문화를 바탕으로, 현지 식재료에 아시아적 감각을 더해 메뉴를 구성한다.
흥미로운 건 그 발상이 어디서 왔느냐다. 하와이의 플랜테이션 시대다. 그때 이곳에 정착한 여러 문화의 음식이 자연스럽게 섞였듯, 메뉴도 하와이안과 아시안, 포르투갈의 영향 사이를 편하게 오간다. 로컬 생선부터 고기 요리, 파에야까지 폭도 넓어서 여러 개 시켜 나눠 먹기 좋다.
완전한 파인 다이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캐주얼하지도 않다.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저녁다운 저녁을 보내고 싶을 때 어울린다. 와인이나 칵테일과 함께 천천히 즐길 수 있다. “하와이에서의 저녁 식사” 같은 한 끼를 원할 때 내가 권하는 곳이다.

STRIPSTEAK Waikiki
조금 더 특별하고 세련된 곳을 원한다면 STRIPSTEAK Waikiki가 맞는다.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셰프 Michael Mina의 모던 스테이크하우스로, 전통적인 미국식 스테이크하우스에 아시아의 맛과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
공간은 전형적인 하와이 레스토랑과 다르게,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의 세련된 가게에 가깝다. 도시적이고 스타일리시하다. 스테이크와 해산물은 물론이고 와인과 칵테일 리스트도 두툼해서, 먹고 바로 나오기보다 칵테일 한 잔으로 시작해 저녁을 길게 늘여 앉기에 어울린다.
가격대는 높은 편인데, 사실 그런 밤이라면 그게 핵심이다. 기념일이나 특별한 저녁, 또는 그냥 조금 차려입고 좋은 저녁과 칵테일을 즐기고 싶은 와이키키의 어느 밤 말이다.

Herringbone Waikiki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Herringbone Waikiki도 볼 만하다. 신선한 해산물이 중심이고 조리 방식도 다양한데, 솔직히 나는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실내외로 초록과 열대 식물이 이어져서, 잘 가꾼 정원이나 리조트 테라스에서 먹는 느낌이 조금 난다. 답답하거나 지나치게 격식 차리지 않으면서도 잘 만들어놨고, 하와이의 따뜻한 저녁 공기와 함께 앉아 있기 좋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 사이가 가장 잘 어울린다. 해산물에 칵테일이나 와인 한 잔을 곁들여 천천히 먹으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쇼핑을 마치고 분위기 있는 저녁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을 때 권하는 곳이다.

ShoreFyre
좀 더 캐주얼하고 편한 곳을 찾는다면 ShoreFyre가 잘 맞는다. 로코모코 같은 하와이 로컬 플레이트부터 갈릭 쉬림프, 타코, 익숙한 미국식 캐주얼 메뉴까지 있다. 하와이 여행에서 한 번쯤 맛보고 싶은 그런 음식들이다.
메뉴에 복잡하거나 지나치게 힘준 것이 없어서 누구나 주문하기 쉽고 양도 넉넉하다. 위층의 고급 레스토랑들과 비교하면 가격도 부담이 덜해서, 와이키키 한복판의 한 끼로는 합리적이다.
브런치나 점심에 좋고, 쇼핑하다 배고플 때 들르기 편하고, 저녁에 맥주나 칵테일을 곁들이기에도 괜찮다. 차려입고 가는 곳은 아니다. 하와이 여행 중에 그냥 맛있고 번거롭지 않은 한 끼가 필요할 때 가는 곳에 가깝다.

Mitsuwa Marketplace
같은 의미의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Mitsuwa Marketplace도 언급할 만하다고 늘 생각한다. 일본 식료품과 즉석식품, 간식, 음료가 있어서 와이키키에 며칠 머문다면 의외로 요긴하다. 매번 큰 레스토랑에서 먹고 싶지 않은 날도 있으니까.

럭셔리 브랜드부터 아일랜드 캐주얼까지, 쇼핑
쇼핑은 물론 International Market Place의 큰 축이다. 럭셔리 브랜드부터 슬리퍼 차림으로 둘러볼 수 있는 캐주얼 브랜드까지, 여기에 뷰티와 액세서리, 하와이산 선물까지 있어서 생각보다 폭이 넓다.
Burberry, Balenciaga, Rolex, MCM 같은 이름이 있고, Anthropologie, Banana Republic, Abercrombie & Fitch, Vans처럼 익숙한 곳도 함께 있다.
구경보다 실용적인 이유로 알아두면 좋은 곳도 몇 군데 있다. Target이 2024년에 이곳에 문을 열었는데, 와이키키 한복판에서 정말 쓸모 있다. 자외선 차단제, 간식, 해변 용품, 그리고 빠뜨리고 온 무엇이든 리조트 가격이 아닌 값에 살 수 있다. ABC Stores도 규모는 작지만 음료와 간식, 기념품으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집에 가져갈 것을 찾는다면 Martin & MacArthur가 하와이 활엽수인 코아(koa)로 만든 그릇과 상자, 가구를 다룬다. 가격대는 높은 편이지만, 기념품 진열대용으로 들여온 물건이 아니라 하와이에서 실제로 만든 선물이다.
개인적으로 여기는 하루를 통째로 비워두고 가야 하는 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느긋한 방식이 더 어울린다. 식사하러 왔다가 몇 군데 둘러보거나, 해변에서 돌아오는 길에 가로질러 지나가거나. 여행 마지막 날, 선물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게 떠올랐을 때도 요긴하다.
해가 지면 조금 더 하와이다워진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International Market Place는 낮과 밤 둘 다 보는 게 좋다. 조명이 켜지면 반얀트리와 열대 조경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쇼핑하러 들르는 곳이라기보다 편하게 저녁을 보내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Queen’s Court에서는 훌라와 하와이 문화를 담은 무료 공연을 볼 수도 있다. 가게를 둘러보다 우연히 공연을 만나는 건, 저녁 일정을 통째로 짜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와이키키의 작은 순간이다. 원한다면 이곳에서 루아우 스타일의 디너쇼도 볼 수 있다.

꼭 봐야 할 곳은 아니다. 그냥 즐기게 되는 곳에 가깝다.
International Market Place가 와이키키에서 꼭 봐야 할 명소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조금 다르게 답할 것 같다.
관광 목록에서 하나 지우려고 굳이 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는 와이키키에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정의 일부가 되는 곳에 가깝다.
아침은 코나 커피와 페이스트리로 시작하고, 점심은 Kuhio Avenue Food Hall에서 간단히 먹고, 오후에는 오래된 반얀트리 아래를 걷다가, 저녁에는 Grand Lanai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식사나 칵테일을 한다. 시간이 맞으면 그 뒤에 훌라 공연도 잠깐 보고.
좋은 점은 이걸 한 번에 다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해변 다녀오는 길에 들르거나, 저녁 전에 둘러보거나, 아무 계획 없이 걸어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 하고 나와도 된다.
나에게는 그게 International Market Place의 진짜 매력이다.
오래된 반얀트리와 열대 정원, 현대적인 쇼핑, 좋은 음식, 그리고 하와이 문화의 흔적이 와이키키 한복판의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 섬을 가로질러 달려가서 봐야 할 랜드마크는 아닐지 몰라도, 느긋한 오후나 편안한 와이키키의 저녁이라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둘러보라고 기꺼이 권할 만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