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여행을 기억하게 만드는 꽤 중요한 요소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어느 날 먹었던 음식 하나가 그때 보았던 바다와 거리, 그날의 기분까지 다시 떠올리게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잘 먹는 여행은 즐겁다.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다. 그렇다고 이곳에 왔다고 해서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음식들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신 하와이 원주민의 음식 문화에 일본, 중국, 한국, 필리핀, 포르투갈, 미국 등 여러 문화가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하와이만의 독특한 로컬 푸드가 만들어졌다.
하와이에는 물론 이보다 훨씬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세계 각국의 요리도 있고, 멋지게 차려입고 가야 할 파인 다이닝도 꽤 많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쪽을 보려고 한다. 여행 중 부담 없이 만나볼 수 있고, 현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캐주얼하고 소소한 하와이 로컬 음식들이다.
그렇다면 하와이에 왔을 때 무엇을 한번 먹어보면 좋을까?
1. Poke — 섬에 왔다면 역시 포케

아무래도 여기는 섬이다. 섬 주변에서 잡힌 신선한 생선으로 만든 음식이 특색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포케(Poke)다. 가장 익숙한 것은 아히 참치를 큐브 모양으로 썰어 쇼유, 참기름, 파, 양파 등과 버무린 Ahi Poke. 스파이시 아히부터 연어, 문어까지 종류도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리고 굳이 비싼 레스토랑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로컬 마켓이나 슈퍼마켓의 포케 코너에서도 꽤 맛있는 포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원하는 포케 한두 가지를 골라 밥 위에 올리면 그걸로 훌륭한 하와이식 점심이 된다.
2. Loco Moco — 하와이의 컴포트 푸드

밥 위에 햄버거 패티, 계란 프라이, 그리고 브라운 그레이비 소스. 글로만 보면 조금 의아하다. 그런데 막상 같이 먹어보면 묘하게 잘 어울린다.
하와이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로컬 음식으로, 오래된 로컬 다이너는 물론 일반 레스토랑과 호텔의 아침이나 브런치 메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이제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가 됐다.
식당마다 패티와 그레이비 스타일도 조금씩 다르다. 여행 중 메뉴판에서 Loco Moco가 보인다면 한 번쯤 주문해 보자.
3. Hawaiian Food — 하와이의 전통도 한번 맛보자

칼루아 피그, 라우라우, 로미 살몬, 포이, 하우피아. 조금 더 하와이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를 만나고 싶다면 이런 메뉴들도 있다.
여행객이 여러 가지 하와이안 음식을 가장 쉽고 간편하게 맛보는 방법 중 하나는 루아우(Luau)를 체험하는 것이다. 디너가 포함된 루아우 쇼를 예약하면 음식과 함께 하와이와 폴리네시아의 음악, 춤, 공연까지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다.
포이는 처음 먹으면 조금 낯설 수도 있다. 그래도 한입 정도는 맛보자.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음식이 꼭 내 입맛에 맞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먹어온 맛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다.
4. Plate Lunch — 하와이 로컬들의 일상적인 한 끼

밥 두 스쿱, 마카로니 샐러드, 그리고 푸짐한 메인 요리. 이것이 하와이 Plate Lunch의 가장 익숙한 모습이다.
치킨 카츠, 테리야키 비프, 갈비, 갈릭 치킨 등 선택도 다양하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다. 대신 든든하고 편하고, 하와이 사람들이 일상에서 오랫동안 즐겨온 한 끼에 가깝다.
렌터카로 섬을 돌아다니다 사람들이 계속 드나드는 작은 로컬 식당이 보인다면 한번 들어가 보자. 종이 박스에 담긴 Plate Lunch가 계획해 둔 유명 레스토랑보다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5. Garlic Shrimp — 푸드트럭에서 레스토랑까지

오아후를 돌아다니다 보면 쉬림프 트럭을 꽤 자주 만나게 된다. 특히 노스쇼어에서는 Garlic Shrimp가 하나의 여행 코스처럼 느껴질 정도다.
새우를 마늘과 버터로 볶고 밥과 함께 먹는 아주 단순한 음식이다. 손에 소스가 조금 묻고 새우 껍질을 벗기는 게 번거로워도 이상하게 계속 손이 간다.
그렇다고 갈릭 쉬림프가 푸드트럭에서만 먹는 음식은 아니다. 로코모코와 함께 하와이를 대표하는 익숙한 메뉴가 되어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도 노스쇼어의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 갈릭 쉬림프에는 그곳만의 재미가 있다.
6. Spam Musubi — 간단하지만 아주 하와이다운 간식

밥 위에 스팸 한 조각을 올리고 김으로 감싼다. 정말 단순하다.
하지만 하와이에서는 편의점, 슈퍼마켓, 골프장, 로컬 식당 등 정말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해변에 가기 전 하나 사거나 섬을 돌아다니는 날 간단히 챙겨 먹기에도 좋다.
일본의 밥과 김 문화에 미국의 스팸이 만난 음식. 어쩌면 여러 문화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하와이를 가장 간단하게 보여주는 음식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7. Saimin — 라멘 같지만 라멘은 아니다

처음 보면 일본 라멘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Saimin은 하와이의 플랜테이션 시대와 여러 이민 문화가 섞이면서 발전한 로컬 누들이다.
국물은 비교적 담백하고 면에 차슈, 어묵, 파 등을 올리는 소박한 스타일이다. 요즘의 화려하고 진한 일본 라멘과는 조금 다르다.
며칠 동안 스테이크와 햄버거, 튀김을 먹고 나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오래된 로컬 식당에서 사이민 한 그릇을 찾아보자. 그럴 때는 이런 담백한 국물이 꽤 반갑다.
8. Malasada — 따뜻할 때 바로 먹자

포르투갈 이민자들과 함께 하와이에 들어와 이제는 하와이를 대표하는 간식 중 하나가 된 Malasada.
쉽게 말하면 설탕을 묻힌 포르투갈식 도넛과 비슷하다. 요즘은 커스터드, 초콜릿, 하우피아 등 다양한 필링을 넣은 종류도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다. 갓 튀겼다면 바로 먹자. 따뜻한 말라사다를 종이봉투에서 꺼내 커피와 함께 먹는 맛은 굳이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9. Shave Ice — 하와이의 더운 오후에는 역시

얼음을 아주 곱게 갈아 여러 가지 시럽을 뿌리고, 취향에 따라 아이스크림, 팥, 모치 등을 추가한다.
비슷한 얼음 디저트는 세계 여러 곳에 있다. 그래도 하루 종일 하와이의 햇볕 아래를 돌아다니다 먹는 Shave Ice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노스쇼어를 여행하는 날이라면 Garlic Shrimp로 점심을 먹고 Shave Ice로 마무리해 보자. 꽤 클래식한 하와이 여행 조합이다.
10. Haupia Cake — 마지막은 달콤하게, 하와이 스타일로

하와이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디저트 하나쯤은 제대로 넣어야 한다.
하우피아(Haupia)는 코코넛 밀크로 만드는 하와이의 전통 디저트다. 원래는 부드럽고 탱글한 푸딩과 젤리 사이의 식감에 가깝지만, 지금은 케이크와 파이, 크림 디저트 등 여러 형태로도 즐긴다.
그중 여행객이 비교적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하우피아 케이크다. 부드러운 케이크와 코코넛 풍미의 크림이 잘 어울리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먹기에도 좋다.
말라사다가 길을 가다 따뜻할 때 하나 사 먹는 하와이의 간식이라면, 하우피아 케이크는 카페나 베이커리에 앉아 조금 천천히 즐겨보면 좋은 하와이식 디저트다.
하와이에 캐주얼한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하와이에는 포케, 푸드트럭, 로컬 플레이트 같은 캐주얼한 음식만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물론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하와이에는 수준 높은 파인 다이닝과 호텔 레스토랑, 스테이크하우스, 셰프의 테이스팅 메뉴, 신선한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도 많다. 특히 와이키키에서는 조금 차려입고 바다와 선셋을 바라보며 즐기는 저녁 식사 자체가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하와이 음식의 또 다른 이야기다. 이번에는 여행 중 편하게 만나고,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하와이의 일상적인 맛을 골라봤다.
슈퍼마켓에서 포케를 사서 해변으로 가보고, 노스쇼어에서는 갈릭 쉬림프를 먹어보자. 따뜻한 말라사다가 보이면 하나 사도 좋다. 어느 날 아침에는 그냥 하와이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로코모코를 주문해도 좋다.
기억에 남는 음식이 꼭 비싸고 화려할 필요는 없다. 몇 년 뒤 다시 떠오르는 것은 바다를 보며 먹었던 포케 한 그릇, 손에 버터가 묻었던 갈릭 쉬림프, 혹은 따뜻한 종이봉투에서 꺼냈던 말라사다 하나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하와이에 왔다면 하와이의 맛도 함께 기억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