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사진을 넘겨 보다 보면 전혀 다른 두 개의 낙원이 나타난다.
하나는 익숙한 쪽이다. 에메랄드빛 바다, 흔들리는 야자수, 하얀 모래 해변. 다른 하나는 붉게 타오르는 용암과 불기둥, 그리고 검은 화산 지형이다.
하와이에 와 본 적이 없다면 이런 의문이 들 만하다. 열대 낙원과 활화산이 정말 한 섬에 같이 있다는 건가?
답은 ‘그렇다’. 다만 그 극적인 사진들이 주는 인상과는 조금 다르다.
하와이 제도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이고, Big Island에는 지금도 활화산이 있다. 섬 곳곳에 굳어버린 용암 대지와 거대한 분화구, 오랜 세월 분출이 만들어 놓은 지형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붉은 용암이 언제나, 어디서나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화산 활동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용암을 직접 볼 수 있는 때가 있고, 아무 빛도 보이지 않는 때도 있다.
Big Island 전체가 위험한 화산 지대인 것도 아니다.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이라 리조트 지역과 해변, 마을, 화산 지형 사이의 거리가 꽤 멀다. 화산 활동은 상시 관측되고 있고, 영향을 받는 구역은 상황에 따라 출입이 통제된다.
그러니 Big Island 여행을 ‘위험한 화산 속으로 들어가는 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지정된 방문 구역 안에서 안내를 따르면, 하와이에서 가장 특별한 풍경 하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중심에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가 있다.
붉은 용암을 보게 될지는 그날 화산이 어떤 상태인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 용암이 만들어 놓은 놀라운 하와이 풍경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Oahu에서 Big Island로 가는 법
Oahu에서 Big Island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행기다. Honolulu에서 Hilo까지 대략 45~50분 걸린다.
주내선은 Southwest Airlines, Alaska Airlines/Hawaiian Airlines 등에서 운항한다.
Big Island에는 공항이 두 개 있다. 서쪽의 Kona International Airport(KOA), 동쪽의 Hilo International Airport(ITO).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가 여행의 주 목적이라면 Hilo 쪽이 훨씬 편하다. Hilo에서 공원까지는 차로 약 45분인 반면, Kona에서는 편도 두 시간이 넘는다.
Oahu에서 당일로 다녀오는 여행이라면 Honolulu에서 Hilo로 들어가는 편이 대체로 합리적이다.
작고 단순한 공항
Hilo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하면 먼저 공항이 작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Honolulu의 큰 공항과 달리 구조가 단순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기까지 헤맬 일이 거의 없다.
가이드 투어를 예약했다면, 가이드를 찾지 못해 당황할 만큼 큰 공항이 아니다. 미팅 장소만 알고 있으면 대체로 수월하다.
공항 안에 상점은 많지 않다. 간단히 먹고 마실 곳은 있다. 쇼핑이나 구경에 시간을 따로 잡아야 하는 공항이라기보다, 실용적인 도착지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에서 꼭 들러야 할 곳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는 처음 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다.
전망대 한 곳에 들러 화산을 보고 끝나는 곳이 아니다. 거대한 분화구, 김이 올라오는 땅, 열대우림, 용암 동굴, 끝없는 용암 대지, 그리고 태평양 해안선까지 모두 공원 안에 있다.
처음 방문이라면 이 정도는 시간을 내어 볼 만하다.
Halemaumau Crater — Kilauea가 살아 있는 곳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 하면 떠오르는 붉은 용암 사진, 그 풍경이 대개 Halemaumau Crater다.
Kilauea 정상부에 있는 분화구로, 최근 분화 활동의 중심이 되어 온 곳이다.
활동이 활발한 시기에는 빛나는 용암과 분화구 위로 솟는 용암 분수를 볼 수 있다. 해가 진 뒤에는 붉은 빛이 더 강렬해져 낮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된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 두자. Halemaumau에 간다고 해서 붉은 용암을 반드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Kilauea는 격렬한 활동기와 소강기를 오간다. 활동이 있는 날이라면 대단한 광경을 만나지만, 조용한 시기에 가면 용암이 전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용암 쇼를 당연히 보게 될 거라 기대하고 가기보다, 타이밍이 맞으면 특별한 보너스가 따라오는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Halemaumau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Uekahuna, Kilauea Overlook 같은 지정 전망 구역에서 내려다보는 방식이다.
방문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National Park Service와 USGS Hawaiian Volcano Observatory의 최신 정보를 확인하자.
Steam Vents — 땅에서 올라오는 증기
Kilauea 정상부에는 땅에서 하얀 증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는 곳들이 있다.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지하의 뜨거운 화산암에 데워져 증기가 되어 다시 올라오는 것이다.
잠깐 들르는 곳이지만, 용암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지금 서 있는 땅 밑에 엄청난 열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느끼게 해 준다.
Thurston Lava Tube — 용암이 만든 터널
여기서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울창한 열대우림으로 들어가면 Thurston Lava Tube가 있다. 흐르던 용암이 만들어 놓은 천연 터널이다.
용암이 지나가면서 바깥쪽은 식어 굳고 안쪽에서는 계속 용암이 흘렀다. 그 용암이 다 빠져나간 뒤 남은 빈 통로를 지금 걸어서 지나갈 수 있다.
풍경이 바뀌는 속도가 놀랍다. 거대한 분화구나 검은 용암 대지를 바라보다가 몇 분 만에 빽빽한 열대 식물에 둘러싸이게 된다.
숲을 지나 용암 동굴로 들어가는 길은 이 공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 중 하나다.
Kilauea Iki — 거대한 분화가 남긴 자리
Kilauea Iki는 현재 분화 활동의 중심인 Halemaumau와는 다른 곳이다.
1959년에 극적인 분화가 일어난 분화구로, 당시 용암 분수가 약 580미터(1,900피트)까지 솟았고 분화구 바닥에는 거대한 용암 호수가 만들어졌다.
지금은 그 분화가 남긴 굳은 지형을 내려다보게 된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Kilauea Iki Trail로 내려가 분화구 바닥을 가로질러 걸을 수 있다. 일정이 짧다면 전망대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 규모가 충분히 전해진다.
차이를 이렇게 정리하면 쉽다. Halemaumau는 Kilauea의 살아 있는 현재를 보여 주고, Kilauea Iki는 과거의 거대한 분화가 남긴 증거를 보여 준다.
Chain of Craters Road — 다른 행성 같은 드라이브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에서 빼놓고 싶지 않은 것이 Chain of Craters Road다.
Kilauea 정상 부근에서 시작해 태평양 해안까지 약 30킬로미터(19마일)를 내려가는 길인데, 단순히 명소와 명소를 잇는 도로가 아니다.
드라이브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다.
처음에는 나무와 수풀 사이를 지난다. 그러다 풍경이 서서히 바뀐다. 오래된 분화구들이 나타나고, 이윽고 검게 굳은 용암 대지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정상에서 해안으로 내려갈수록 풍경도 기후도 계속 달라진다.
길은 길고, 외지고, 묘하게 비현실적이다. 건물도 마을도 거의 보이지 않고 사방이 화산 지형이라, 다른 행성을 달리는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특정한 한 지점이 아니라 그 여정의 감각이 Chain of Craters Road를 기억에 남게 만든다.
Kealakomo Overlook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가다 보면 Kealakomo Overlook에 한 번 멈출 만하다.
높은 전망대에서 보면 넓은 용암 대지가 저 아래 짙푸른 태평양을 향해 뻗어 있다.
풍경의 규모가 한순간에 이해되는 곳이다. 용암이 오랜 시간에 걸쳐 비탈을 따라 흘러내리며 섬의 거대한 부분을 어떻게 다시 만들었는지 가늠하게 된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 해안 쪽으로 더 내려가 보자.
서늘한 Kilauea 정상에서 숲과 분화구를 지나, 광활한 검은 용암 대지를 건너 태평양에 닿는 그 여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다.
붉은 용암이 보이지 않는 날에도, 이 길은 Big Island가 정말로 화산이 만든 땅이라는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하게, 그리고 느끼게 해 주는 곳이다.
화산 말고도
Hilo를 거쳐 간다면 국립공원에 섬 동쪽의 몇 곳을 붙이기가 쉽다.
Rainbow Falls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편으로, 울창한 열대 녹음과 폭포라는 Hilo다운 조합을 보여 준다.
해안 쪽의 Liliuokalani Gardens는 잠시 숨을 돌리기 좋고, 일정에 따라 Hilo Farmers Market이나 Big Island Candies도 들러 볼 만하다.
Kona 하면 리조트와 해변, 건조한 서쪽 해안이 떠오른다. Hilo는 확연히 더 푸르고 열대적이다. 양쪽을 다 보면 Big Island가 얼마나 다채로운 섬인지 알게 된다.
Hilo 날씨와 옷차림
Hilo는 하와이에서 비가 많은 지역에 속한다. 여행 중에는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 뒤에 하늘이 개는 일이 흔하고, Hilo 날씨가 괜찮아 보여도 국립공원에 도착하면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릴 수 있다.
Kilauea 정상부는 해발 약 1,200미터(4,000피트)라 해안보다 서늘하다. 여기에 바람이나 비가 더해지면 반팔 하나로는 조금 춥게 느껴진다.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가면 날씨가 또 바뀌어 눈에 띄게 따뜻하고 건조해진다.
하루 안에 Big Island의 여러 날씨를 다 겪게 되는 셈이다.
어차피 겉옷을 챙긴다면 가벼운 레인 재킷이나 방수 윈드브레이커가 특히 쓸모 있다. Hilo의 소나기에도, Kilauea 정상부의 서늘한 공기에도 한 겹 역할을 해 준다.
편한 운동화, 물, 자외선 차단제도 챙기자.
활화산을 방문할 때 알아 둘 것
Kilauea는 활화산이고, 그 점이 이 국립공원을 다른 공원들과 다르게 만든다.
화산 가스 농도는 활동 상태와 풍향에 따라 달라진다. 호흡기·심장 질환이 있는 여행자, 어린아이, 임신 중인 방문객은 그날의 대기질과 화산 가스 안내를 특히 챙겨 보는 편이 좋다.
지정된 안전 펜스 안쪽에 머물고, 통제 구역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도로와 트레일 출입도 화산 활동이나 날씨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 National Park Service의 현재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 자체는 24시간 개방이지만, 방문자 센터와 개별 시설은 각자의 운영 시간이 있다.
Big Island를 하루에 볼 수 있을까?
가능하다. 다만 하루에 얼마나 돌 수 있는지는 현실적으로 잡는 편이 좋다.
아침에 Oahu에서 Hilo로 날아가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와 Hilo 주변 몇 곳을 보고, 저녁 비행기로 Honolulu에 돌아오는 일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Big Island는 이름값을 한다. 볼 것이 많고, 거리도 처음 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다.
하루뿐이라면 모든 것을 보려 하기보다 Hilo와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의 핵심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특히 Oahu에서 당일로 넘어오는 첫 방문이라면, 동선과 시간을 계산하느라 하루를 쓰지 않고 주요 명소를 효율적으로 도는 데에 가이드 투어가 편할 수 있다.
시간이 더 있어 Big Island에서 2~3일 이상 머문다면 Kona와 Hilo를 모두 경험해 볼 만하다.
섬의 서쪽과 동쪽은 풍경도 분위기도 크게 달라서, 같은 섬 안에서 거의 두 번의 하와이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렌터카와 가이드 투어, 무엇이 좋을까
마지막 선택은 어떻게 돌아볼 것인가다.
Big Island에 며칠 머물면서 국립공원 밖까지 돌아볼 생각이라면 렌터카가 가장 자유롭다.
일정을 직접 짜고, 마음에 드는 전망대에서 더 머물고, Hilo와 Kona를 다 넣을 수 있다.
반면 Oahu에서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라면 가이드 투어가 특히 편하다.
이른 아침 Hilo에 내려 렌터카를 받고, 낯선 길과 여러 목적지를 운전해 돌고, 차를 반납한 뒤 저녁 비행기를 타는 일정은 관광하는 하루를 꽤 빡빡하게 만든다.
가이드 투어라면 Hilo에서 가이드를 만나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와 Hilo 지역의 주요 명소를 보고 공항으로 돌아오면 된다. 동선을 직접 관리할 필요가 없다. 처음 방문이라면 화산 지형과 그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도 경험을 한 겹 더해 준다.
결국은 일정과 여행 스타일에 달렸다.
며칠 동안 Big Island를 내 속도로 돌아볼 수 있다면 렌터카가 맞다. Oahu에서 넘어와 하루를 최대한 쓰고 싶다면 가이드 투어가 더 쉽고 효율적이다.
어느 쪽이든, 여기서 만나는 하와이는 Waikiki와는 아주 다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야자수는 하와이의 한쪽 면일 뿐이다.
이곳에서는 굳은 용암 위로 새 식물이 자라고, 오래된 용암 동굴을 열대우림이 감싸고 있으며, 지표 아래 깊은 곳에서는 이 섬들을 만든 힘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붉은 용암은 볼 수도 있고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만들어 낸 하와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Hawaii Volcanoes National Park는 한 번쯤 가 볼 이유가 충분하다.